커스틴 존슨 감독의 2020년작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영화의 주요소재로 삼고 있다. 감독은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아버지가 죽을 여러 가능성 을 찍어보는 방식으로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미 어머니를 치매로 잃은 감독은, 자신이 경험한 치매라는 병을 다시 경험하며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성찰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그저 돌봄의 대상으로 카메라의 시선에 수동적으로 붙들리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시선의 권력구도를 역성찰 하게 만드는 계기를 부여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가꿔온 모든 것을 잃어가는 수동적이고 처량한 존재가 아니라 카메라 작업에 동참하는 존재가 되며, 결국엔 자신의 것을 주체적 으로 당당하게 떨구는 존재로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기존에 시각의 권력을 대변해 오던 카메라는 이렇게 대상의 전권을 인정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얻게 된다.